사람의 비합리성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실 때
여실히 드러난다.
요새 왠만한 커피전문점 커피 가격은 4000~6000원이며 이는 왠만한 동네 분식집이나
식당에서 밥 한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뿐만 아니라 강남에 가면 더 심한데 커피한잔에 8000~10000원 하는 커피집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커피전문점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는 것이다.
나부터도 강남에 가서 커피 한잔을 8000원 내고 마시면서도
음.. 강남이라 좀 비싼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그런데 조금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정말 이는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이다.
고작 물 한컵과 얼음 몇개, 그리고 커피 원액이 조금 들어가고
8000원 10000원을 한다니..
이러면서도 막상 서점에 가서 책 한권을 골라 1만원 내고 사기에는
이상하게 아까운 생각이 든다.
도데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될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이는 과거의 어느 시절, 자리잡은 어떤 고정관념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옛날에 커피 한잔 가격은 고작 몇백원이었다.
100원 200원 할 때도 있었다. 물론 자판기 커피이다.
내가 어린 시절만해도 커피전문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에 책 가격은 지금이랑 비슷하게 1만원을 웃돌았다.
물론 몇천원 짜리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1만원 언저리의 책들이 많았고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애초의 고정관념은 커피가격은 몹시 싸고
책 값은 비싸다.. 라는 것인 것 같다.
어릴 때만해도 1만원이면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돈이었고
중학생,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이런 프레임이 계속 유지되어
최소 20년 가까이 저렴한 몇백원 짜리 커피, 1만원을 웃도는 책 한권..
이런 기억이 자리잡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 되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커피값이 1만원에 육박해서 왠만한 책한권 가격과 비슷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커피는 원래 별거 아니다, 싸다,
책은 원래 좀 비싸다,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현재 매겨져 있는 가격과는 별개로 말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내 자신부터도 엄청난 돈에 대한 비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세상이란 합리적으로만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다.
남이 아무리 어리석고 우스워 보이고 이해못할 행동을 한다해도 비웃지마라.
지금 내 자신이 더 심한 비합리성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