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의 단계가 지나면 비움의 단계가 온다. 노력해서 채우는 시기가 있다면 비우는 시기도 있어야 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곧 세상의 모든 일은 상승국면이 있으면 하강국면이 있기 마련이고,
사물이 극에 다다르면 상태가 변화하게 된다는물극필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익힐 때도
한창 노력하는만큼 실력이 늘어나는 구간이 있는데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더이상 늘지 않는 것 같은 시기가 옵니다.
이 때는 계속 노력해서 채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놓음으로서 버리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바둑에서도 이러한 논리가 통하는데 바로 그 극점을 "통유"라고 한다고 합니다.
즉 바둑의 그윽한 통유의 세계에 눈 뜨고나면 그동안 배우면서 익혔던 문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그때부터는 노력하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항상 무엇인가를 꾸역꾸역 채워넣기만 하다보면 물은 탁해지고
채워진 것들을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배탈만 날 것 같습니다.
결국 이것은 바꿔 말하면,
노력해서 채우는 동안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우고 버림으로써
보이게 되고, 나무만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이제 숲을 볼 수 있는 상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나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풍경.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고등학교 때 수능 공부할 때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수능시험이 400점 만점일 때 공부를 했는데
200점대에서 300점 초반까지는 안정적으로 꾸준히 점수가 올라가다가
300점 초반대에서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제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좀 지쳐서 약간 긴장을 풀고 마음을 비우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시간이 좀 흐르고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단계를 넘어섰던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의 기본은 노력과 성실함이지만,
가끔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비워내는 시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생의 완급조절을 통해서 더 큰 세계로 나아가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채, 이번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