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꾸의신





 

 

 

 

 

 

무엇인가 정복할 대상이 남아있고 공략할 무엇인가 남아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히 큰 행복이다.

 

지난 과거의 어느 시절, 난 게임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주로 RPG 롤플레잉이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무의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엔딩을 본 RPG 롤플레잉 게임은 더이상 할게 없었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또한 모든 미션을 클리어 하고 나면 더이상 할게 없는 맥 빠지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도 내가 RPG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쾌감은 정복, 지배의 성공에서 비롯되는 그 어떤 성취감 이었으리라.

 

그리고 게임이라는 존재에서 더 이상 그 욕구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숫자 0과1의 조합으로부터 탄생되는 신기루와도 같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모든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나의 정복욕구와 지배욕구는 슬슬 현실 세계를 향했다.

 

 

생각해보면 전국 통일 직전의 삼국지 게임만큼 허무하고 맥 빠지는 것도 잘 없다.

 

마치 김 빠진 콜라처럼.. 그 동안 신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며 했던 모든 행위의 결말은 결국 허무함뿐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영웅들의 등장과 피튀기는 전투, 그리고 전국 재패를 위한 쉴새없는 경영과 전략, 전술..

 

그 끝은 결국 별볼일 없는 엔딩 크레딧 한장이건만..

 

삼국지 게임의 묘미는 바로 그 과정에 있다.

 

삼국지 게임에서 가장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정복해야할 대상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복해야할 대상이 남아있다는 것으로써 삼국지 게임은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결국 그렇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이 없고, 내 상황이 조촐하고 초라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사실 매우 감사해야할 일이다.

 

내가 없으면 없을수록, 초라하면 초라할수록..

 

그만큼 정복해야할 대상이 더 많다는 의미이니까..

 

그만큼 앞으로 정복해야할 대상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 또한 크고 오래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국지 게임을 어느정도 해서 몇 번 클리어 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일부러 가장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캐릭터로 시작하게 된다.

 

그 약한 캐릭터로 극강의 적들을 교묘히 때려부시며 정복해나가는 재미가 바로 삼국지의 중독섬의 실체이다.

 

 

난 곧 세상에 중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