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인연.. 지금처럼 가슴깊게 와닿는 적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피천득 인연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시는 참 좋았지만..
사실 이해가기가 어려웠다.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그리워 하는데 왜 못만나?
일생을 못 잊을정도로 그리워하는데
왜 아니만날까?
뭔가 모순적이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그 의미를..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사실 별 것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내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사람 관계라는 것이 참 오묘한 것이다.
살다보면..
그립고 좋으면서도 아니 만나야 할 때가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인연이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연이란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평생 잘 지낼 수 있는 인연..
인생의 어느 도중에서 멀어져야 할 인연..
이런 것들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 의해 멀어지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타의에 의해 멀어지거나..
어쨌든 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멀어짐이 분명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인연과 멀어지고..
수많은 인연들을 놓치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있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참 오묘하고도 어렵다.
마음속에 그 어떤 애잔함과 먹먹함이 감돌지만..
시간을 보내며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스스로의 부덕의 소치일지도 모른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놓치지 않아도 될 인연을
손에서 놓은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내 손에서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면,
애초에 내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초연한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수 밖에는 없다.